2025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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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개발자로서 유난히 변화가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기술적으로도, 태도적으로도 스스로가 많이 흔들리고 또 많이 자랐습니다. 특히 “준비가 끝나면 시작하는 게 아니라, 시작하면서 준비가 된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또 하나 크게 남는 건, 좋은 멘토분들과 현업에서 같은 직무를 하는 개발자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회사 안에서만 머물렀다면 닿기 어려웠을 관점과 경험을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고,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제가 어디를 보완해야 하는지 훨씬 선명해졌습니다. 때로는 한마디 조언이 방향을 잡아주기도 했고, 때로는 서로의 고민을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큰 동력이 되었습니다.
원래는 분기별로 회고를 남기며 더 자주 제 방향을 점검하고 싶었습니다. 다만 그 마음을 먹은 건 이번 분기부터였고, 이미 2025년이 거의 지나버렸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 해를 통째로 정리하는 회고를 먼저 남기고, 다음부터는 분기별 회고로 더 촘촘하게 기록을 이어가보려 합니다.
이 글은 2025년을 돌아보며 제가 어떤 고민을 했고, 무엇을 선택했고,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정리한 기록입니다. 잘한 점은 다음의 발판으로 남기고, 아쉬웠던 점은 내년의 방향으로 바꿔보려 합니다.

이직 성공

전 직장을 정리한 뒤 개인 공부에 집중하다가, 2월에 이직을 했습니다. 몇 가지 선택지가 있었는데, 그중 일부는 팀장으로 입사하길 제안해주기도 했습니다. 첫 회사에서 팀장 역할을 맡아 일했던 경험을 좋게 봐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당분간 ‘리딩’보다 실무에서의 개발 역량을 더 단단히 쌓는 것에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팀장 제의는 정중히 고사하고, 현재 회사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이전 직장에서도 좋은 분들과 함께하며 즐겁게 일했는데, 이번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정말 좋았고, 그 덕분에 적응도 빠르게 할 수 있었습니다.
직무는 ‘풀스택’이지만, 실제로는 프론트엔드 비중이 더 크고 필요할 때 백엔드 작업을 맡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내가 백엔드까지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컸고, 맡은 작업이 제대로 동작할지 걱정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프론트엔드만으로는 풀기 어려웠던 문제들을 백엔드와 함께 해결해보면서, 개발의 재미가 한층 넓어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 서비스에서 미디어 데이터를 불러오는 데 약 3.8초가 걸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최초 로딩만 느린 게 아니라, 페이지를 이동할 때마다 같은 지연이 반복되니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프론트엔드 단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제한적이었지만, 쿼리를 확인해보니 불필요한 조인으로 인해 조회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습니다. 쿼리를 수정한 결과, 응답 시간을 0.03초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프론트엔드만 맡았다면 “요청 후 기다리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었을 문제를, 백엔드 관점까지 함께 보면서 비교적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었고, 이 경험이 제게는 기억에 남습니다.

INNER CIRCLE 3기

패스트캠퍼스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인 INNER CIRCLE 3기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과정이라 퇴근 후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예전에 네이버 부스트캠프에 참여했을 때는 멘토링이나 코드 리뷰 시간에 “무슨 질문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앞서서, 그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과제 수행도 중요하지만, 멘토님과 현업 개발자분들로부터 최대한 많은 인사이트를 얻는 것에 더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동안 괜히 눈치가 보여 묻지 못했던 이력서 작성 방향이나 개발 방식에 대한 고민도 적극적으로 질문했고, 우리 조뿐 아니라 다른 조의 멘토링 방식도 참관하며 시야를 넓혔습니다.
또 “리더로 팀을 이끌어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 팀 프로젝트에서는 프론트엔드 리더로 참여했습니다. 팀원분들이 정말 든든하게 각자 역할을 잘 해주신 덕분에 프로젝트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최우수 프로젝트에 선발되는 좋은 성과도 얻었습니다.
팀 프로젝트 멘토님이 공교롭게도 예전에 부스트캠프에서 코드 리뷰를 해주셨던 멘토님이라, 뜻밖의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초반에는 예전의 미숙했던 모습이 떠올라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교육이 끝난 뒤에도 멘토님께 이력서 첨삭을 받는 등 감사한 인연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청년미래플러스

INNER CIRCLE에서 함께한 팀원분의 소개로 청년미래플러스라는 정부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현업 선배 개발자분들께 멘토링을 받을 수 있었고, 인프런 강의 15만 원 상당의 지원도 제공돼서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제가 배정받은 멘토님은 카카오 안드로이드 개발자분이셨습니다. 이력서 첨삭은 물론, 현업에서의 고민에 대해서도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지 않고 명확하게 의견을 주시는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정규 멘토링 시간 외에도 추가로 시간을 내어주셔서,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밀도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네트워킹을 2회 진행했는데, 대구에서 서울까지 이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다양한 분야의 멘토님들과 직접 이야기하며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고, 그 자리에서 만난 멘토님들께도 별도로 멘토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멘토링도 멘토링이지만 인프런 강의 지원이 꽤 큰 동기가 되어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참여하고 나니, 강의보다도 멘토님들의 직설적인 피드백과 실제 업무 경험을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

컨퍼런스 데이

올해는 우아콘과 FEConf를 비롯해 다양한 네트워킹·컨퍼런스에 정말 많이 참여했습니다. 컨퍼런스에서 얻는 인사이트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연사님들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 특히 값졌습니다.
연사님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제가 지금까지 공부해온 방향을 다시 점검하게 됐습니다. 그동안은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의 폭을 넓히는 것”에 집중해 여러 경험을 쌓아왔지만, 상대적으로 깊게 파고드는 공부는 부족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많은 분들이 말하는 ‘좋은 개발자’는 새로운 기술을 많이 아는 사람이라기보다 기술을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에 더 가까웠습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솔직히 허탈함도 있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잘못 가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지금이라도 방향을 조정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느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질문은 “컴포넌트가 뭐라고 생각하나요?”였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컴포넌트를 자주 이야기했지만, 막상 누군가에게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려고 하니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내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을 다시 정리하게 됐습니다.
AI에 대한 관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어떤 분은 AI를 설득하거나 이해시키기보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요청 컨텍스트를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 시작하는 게 더 빠르다고 했고, 또 다른 분은 몇 번의 대화를 통해 맥락을 쌓아가며 해결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했습니다. 서로 다른 경험과 전략을 듣는 것 자체가 재밌었고, “정답은 하나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가 아직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하나의 방식만 고집하기보다는 여러 접근을 열어두고 상황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태도가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홈페이지 오픈

는 이미 따로 작성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려 합니다. 대신, 홈페이지를 한 번 직접 오픈해본 경험이 제게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적어보려 합니다.
하나의 서비스를 실제로 세상에 내보내고 나니, “새로운 서비스를 오픈한다”는 일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확실히 줄었습니다. 예전에는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아이디어들을, 이제는 작게라도 구현해서 공개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최근에는 혼자 만들고 있는 서비스도 있고, 디자이너분들과 함께 협업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이 기능은 왜 필요한가?”, “이 서비스는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 같은 새로운 고민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무엇보다 기획을 하면서 미래에 완성될 서비스를 상상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고, 그게 개발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로 이어졌습니다. 구현은 결국 기획을 따라가게 되는데, 이때 기획이 흐리면 개발 과정에서 방향이 쉽게 흔들린다는 것도 체감했습니다.
기획의 중요성을 크게 느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획이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시작한 서비스는 진행 중 요구사항이 계속 바뀌면서, 결과적으로 처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이도 저도 아닌’ 형태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단순히 “만들어보자”가 아니라, 왜 만드는지 / 누구를 위한 건지 / 무엇을 성공으로 볼 건지를 먼저 정리하고, 가능한 한 촘촘하게 기획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